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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6] 금융의 눈으로 본 블록체인, 부동산의 벽을 허물다 [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2025-05-12

⑤펀블 조찬식 대표

8년 전 블록체인 접하고 ‘펀드블록’ 창업
2030에게 ‘높은 벽’ 부동산 유동화 주력
롯데월드타워·엘시티 조각투자 문 열어
건물 넘어서 주식·채권 토큰화도 염두에
블록체인 특구 부산의 가능성 무궁무진
“시민 참여하는 사직구장 재건축 모델로”

펀블 조찬식 대표. 비온미디어 제공

펀블 조찬식 대표. 비온미디어 제공
[편집자주]블록체인 특구 부산의 가능성과 미래를 전망하는 ‘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의 심준식 대표가 이 분야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들의 리더들을 만나 도전정신과 비전을 조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동산이 젊은 세대와 과거 저 자신에게 가장 높은 벽이었기에,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길 원했죠.”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부산 해운대 LCT 같은 프리미엄 랜드마크 부동산에 누구나 투자할 수 있게 만든 펀블의 조찬식 대표를 만났다.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일궈낸 그의 이야기에는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을 넘어선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

■금융 전문가들이 그린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

“저희는 부동산 투자 금융에 특화된 인력들이 모여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조 대표는 벤처 창업가가 아닌 금융 전문가로서의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 부동산 금융과 펀드 매니저로 일하며 시장의 한계를 목격했다.

“부동산 투자 금융, 부동산 펀드 매니저 일을 하면서 갈증을 느꼈어요. 좋은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가 대형 투자기관이나 고액 자산가에게만 주어지는 현실이었거든요.”

이 갈증은 2017년,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비트코인을 ‘허세 자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금융 전문가로서 쉽게 무시할 수 있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왜 이것을 믿고 투자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파고들었고, 특히 ‘펀딩 기능’에 주목했다.

“운용사와 증권사 일을 해보니, 금융 먹이사슬의 꼭대기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측이었어요. 블록체인의 펀딩 기능을 활용하면 신뢰성 있는 자산을 기술적으로 백킹하고 글로벌하게 펀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융 + 블록체인: 혁신의 완벽한 조합

2019년 7월, 그는 ‘펀드블록’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펀드와 블록체인의 합성어였다.

“회사 이름에도 우리의 정체성이 담겨 있어요. 단순히 부동산만 토큰화하는 게 아니라, 유동화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과 금융 상품을 블록체인 기술로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현재는 펀블로 이름을 바꿨지만, 그 철학은 변함없다. 펀블은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회사들과 달리 탄탄한 금융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저희 팀의 강점은 딜 소싱, 자산 운용 같은 전통 금융의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자산 클래스로 확장할 수 있는 저력이 있죠.”

그는 현재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토큰화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법적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금융의 민주화를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거예요.”

IMF의 상처가 만든 ‘비빌 언덕’

화려한 비즈니스 이야기 뒤에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깊은 개인사가 있었다. 그에게 인생 철학을 묻자,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제 아버지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어머니 혼자 저를 키우시다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IMF가 터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실감에 더해 경제위기까지 겪은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극심한 취업난을 마주했다.

“나라가 망했으니 취업이 안 되는 굉장히 힘든 국면이었어요. 그때 비빌 언덕이 있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그때 정말 크게 절감했죠.”

그 경험은 그의 인생 목표를 형성했다.

“내 자식들에게는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싶었어요. 그게 제 인생의 목표가 됐습니다. 가족뿐 아니라 직원들, 친구들에게도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철학입니다.”

이 철학은 그의 비즈니스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부동산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과거의 저에게도 가장 높은 벽이었어요. ‘안정적인 자산 투자를 하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높다’는 현실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허탈감을 줍니다. 이 벽을 허물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펀블의 사명이 됐죠.”

■내 안의 거인을 깨워라: 창업가의 자기 암시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묻자, 그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을 꺼내들었다.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이 있어요. 창업 초기 가장 힘들 때마다 이 책 제목만 하루에 열 번씩 봤어요.”

그는 실제로 책 내용보다 제목 자체가 주는 자기 암시의 힘을 강조했다.

“내 안에는 거인이 있는데, 지금은 그저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창업 과정에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좌절의 순간마다 이 책 제목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그의 내면에 숨겨진 잠재력을 믿게 하는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자신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는 것은 진정한 내 모습을 찾는 여정이에요. 수많은 불가능해 보이는 규제와 장벽 앞에서도, 내 안의 힘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우주에서 본 지구, 그리고 존재의 질문

인터뷰가 깊어지면서 그는 자신의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검은 우주 배경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지구의 모습이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우주선에서 바라본 지구가 이렇게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저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원래 무신론자였지만, 이 책을 통해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빅뱅 이론처럼 요만한 점에서 이 방대한 우주가 생겼다면, 그 점을 만든 존재는 누구일까? 신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의 광대함을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는 이 경험은 그의 사업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주에서 지구가 작은 점이듯, 개인에게 부동산 한 채는 거대한 벽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면 그 벽을 허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 안의 거인을 깨우고, 더 큰 세계의 일부가 된다는 것. 두 책은 제게 그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중학교 친구들과 20년째 야구하는 CEO

힘든 시기를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매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찾아왔다가 지나가니까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때마다 친구들에게 많이 의지했습니다.”

조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20년 가까이 ‘레버다이’라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직원 면접 볼 때도 ‘운동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봐요. 특히 구기 종목을 좋아하는 분들을 선호하죠. 팀워크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르거든요.”

그는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가 큰 버팀목이 된다고 강조했다.

“야구장에서는 진짜 내가 될 수 있어요. 회사에선 할 수 없는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죠. 경기 후엔 ‘어머니는 어떠시니?’ 하며 진짜 대화를 나눕니다.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돼요.”

이런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그의 회사 문화에도 반영되어 있다. 팀워크를 강조하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리더십 철학이다.

■“조금 기다리라” - 성공의 타이밍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중식이 밴드의 ‘조금 기다리라’라는 노래를 언급했다.

"이 노래는 ‘지금 아무리 네가 이루어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가사예요. 지금의 노력이 켜켜이 쌓여 언젠가 폭발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메시지죠."

그는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현실적 조언을 건넸다.

“아무리 힘껏 던져도 안 깨지는 바위도 여러 번 던지다 보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깨지는 날이 옵니다. 성급하게 팔로워적이 되지 말고, 타이밍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이 조언은 그의 창업 여정에서도 적용되었다. 2017년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고, 2019년 회사를 설립했지만 실제 첫 상품 출시는 2022년이었다. 준비와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시작이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금융 혁신의 글로벌 확장: 부산에서 세계로

펀블의 미래 비전을 물었을 때, 그는 부산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로서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부산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오사카 거래소의 교차 상장이 이뤄진다면, 양국 시민들이 서로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는 부산의 개발 사업에 시민 참여 모델을 제안했다.

“영도 재개발이나 사직 야구장 재건축 같은 프로젝트에 부산 시민들이 함께 투자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개발 이익이 특정인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모델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비전은 금융 전문가로서의 통찰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결합한 그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은 오랜 목표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천우신조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블록체인 기술로 한국이 거점이 되어 전 세계에서 좋은 자산을 동시에 펀드레이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래를 향한 대담한 비전

“5년 후, 펀블은 한국에서 디지털 중심의 혁신 기술 기반 종합 증권사로 성장하고, 해외에서는 두바이, 미국, 유럽에도 펀블이라는 이름의 핀테크 회사들이 함께 돌아가는 모습을 꿈꿉니다.”

그의 비전은 단순한 부동산 조각투자를 넘어선다.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을 통해 더 넓은 자산 클래스로 확장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원래 저희의 목표는 유동화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과 금융 상품을 블록체인 기술로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에요.”

이는 그의 인생 철학 ‘비빌 언덕이 되는 것’과도 연결된다. 금융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넓은 의미의 비빌 언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 IMF를 겪으며 비빌 언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제는 제가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지식을 활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언덕이 되어주고 싶어요. 부동산이라는 높은 벽을 허물고, 금융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자신의 휴대폰 배경화면인 우주에서 본 지구 사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 작은 점처럼 보이는 지구에서, 더 작은 점에 불과한 개인들이 함께 모여 불가능해 보이는 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펀블의 핵심 철학이었다.

■조찬식 대표의 인생을 바꾼 두 권의 책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 “창업 초기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왔을 때, 이 책 제목만 반복해서 보며 버텼습니다. ‘내 안에는 거인이 잠들어 있다’는 자기 암시가 불가능해 보이는 규제의 벽 앞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책이 두꺼워 부담스럽다면, 제목만이라도 매일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코스모스(칼 세이건) - “무신론자였던 제가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된 책입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단지 작은 점에 불과했어요. 빅뱅처럼 작은 점에서 이 방대한 우주가 생겼다면, 그 점을 만든 존재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제 삶의 방향을 바꿨고, 개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그 사진을 사용하며 매일 삶의 의미를 되새깁니다.”